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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쥐불놀이와 '안녕들 하십니까'




농촌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달집에 불이 붙는 것을 신호로 논둑과 밭둑에 불을 놓는다. 농민들은 누가누가 더 멀리 불씨를 날리나 경쟁하기도 한다. 하나의 축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것은 바로 ‘쥐불놀이’다. ‘쥐불놀이’는 횃불을 들고 들판에 나가 논밭두렁의 잡초와 잔디를 태워 해충의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으며, ‘서화희(鼠火戱)’ 또는 ‘훈서화(燻鼠火)’라고도 한다.


대학가에도 들불이 번지고 있다. 담벼락과 게시판 빼곡히 대자보가 붙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에서 시작한 이 불길은 거침없이 옮겨 붙어 전국으로 퍼졌다. 대자보는 ‘안녕’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짧게 요약해 보자면 ‘나는 안녕하지 못한데, 너는 안녕하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안녕하지 못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것들이 가리키는 곳에는 사회적 몰상식이 있다. 예고된 파업을 불법이라 치부하여 수천 명을 직위해제 시키고, 소통 없는 정책 몰아붙이기로 지역 주민들로 하여 불행한 선택을 하게 한 공기업들, 국가정보기관과 군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으나 발본색원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정부가 대학생들로 하여금 들불을 지르게 만든 것이다.


들불이 정말 멋지게 타오르고 있다. 혹한의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더 빠르고 강하게 퍼지고 있다.

들불이 벌판의 해충과 잡초들을 다 태우고 풍년을 가져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