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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일본의 사감



*도입부와 마무리는 경향신문 온라인 칼럼 '[지인논세] 역사, 미래를 비추는 거울'에서 가져왔습니다.


과거 동양의 역사서 제목에는 거울 감(鑑)자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조선의 문인 서거정의 저서 <동국통감>을 비롯하여, 송나라 사마광의 저서 <자치통감> 등이 대표적이다. 동양에서는 역사를 흔히 거울 비유하여 ‘사감’이라 칭했다. 이 이름에는 역사를 통해 현재 통치자의 행태를 비춰보고 반성하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최근 일본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 수만의 관람객을 초대하여 군사훈련을 진행하는가 하면 아베 총리는 공공연히 헌법 개정의 의도가 담길 말을 언론에 내뱉고 있다. 얼마 전엔 일본 부총리의 나치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발언이 국제적 논란이 되었다. 일본 정치인들의 극우적 행동과 군국주의를 연상케 하는 발언들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큰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일본 정부는 역사의 거울을 바라봐야 한다. 불과 70여 년 전이다. 자신들의 탐욕으로 인해 주변국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했는가. 한국,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은 아직까지도 그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비단,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들의 주체할 수 없는 광기는 결국 최초 핵폭탄 피해국이라는 재앙으로 돌아왔다.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일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과거 독일은 일본과 함께 극악무도한 살육 전쟁을 일으켜 전 세계를 공포에 빠트렸다. 허나 전후 일본과 다르게 전범들을 숙청하고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했다. 나치 추종을 법으로 금지시켰으며, 총리는 희생자들의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이후 독일은 유럽연합의 의장국이 되어 유럽을 이끌어 나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국가브랜드 순위 2위를 기록할 만큼 신뢰받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역사상 올바른 위정자, 제대로 된 통치자는 늘 역사를 거울로 삼아 자신의 행동을 단속할 줄 알았다. 반면, 역사를 무시하거나 왜곡한 통치자는 예외 없이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했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감에는 무엇이 비춰지고 있는가.